스토리/複雜單純

自由夫人 50年/ 雜念

marineset 2023. 5. 29. 01:04
[책갈피 속의 오늘]
1954년 소설 ‘자유부인’ 논쟁


‘S데리아 밑에서는 육십여 명의 남녀들이 아름다운 고기 떼처럼 춤을 추며 돌아가고 있었다. …인생의 향락과 정열의 발산… 관능적인 체취에 정신이 현혹해 오도록 대담무쌍한 애욕의 분방….’ (‘자유부인’의 일부)

정비석(鄭飛石) 씨의 소설 ‘자유부인’이 1954년 1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됐다. 대학교수 부부의 일탈과 애정행각을 다룬 이 소설은 춤바람 등 전후 세태를 잘 묘사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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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석 [鄭飛石, 1911 ~ 1991]

소설가. 평안북도 의주(義州) 출생. 본명은 정서죽(鄭瑞竹). 1932년 일본 니혼대학[日本大學] 문과를 중퇴하고 습작생활을 하였다. 36년 단편 《졸곡제(卒哭祭)》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된 데 이어 37년 《성황당(城隍堂)》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40년대에는 신문기자로 근무하였으나, 54년 《자유부인》을 발표한 이후 전업작가(專業作家)로서 소설 창작에만 주력하였다. 문학성보다는 대중성에 우선 순위를 둔다는 가치관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였다. 《자유부인》 외에 《유혹의 강》 《욕망해협》 등 여성의 성(性)과 자유를 그린 작품들로 통속적인 연애소설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70년대말부터는 《명기열전》 《민비》 《이조여인사화》 등의 역사소설과, 중국 고전을 바탕으로 한 《소설 손자병법》 《소설 초한지》 등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일생동안 40여 편의 장편과 수많은 단편들을 남겼다


《자유부인》
1954년 1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다. 이 소설은 대학교수의 부인이자 선량한 주부인 오선영이 우연히 대학동창을 만나게 되면서, 남편의 제자와 춤바람이 나고, 유부남과 깊은 관계에 빠져 가정파탄의 위기에 처하지만, 남편의 아량과 이해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연재 도중, 성윤리와 도덕성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통속적 애정소설이 아니라, 광복과 함께 몰려온 서구 자유주의 물결과 그것으로 인하여 조성된 사치와 허영의 풍속도를 묘사한 세태풍속설로서 시대변천에 따른 윤리관의 붕괴, 세태인심의 변화를 다룬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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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연재기간에 벌어진 지상 논쟁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황산덕 서울대 교수가 그해 3월 1일자 대학신문을 통해 ‘대학교수를 모욕했다’고 비난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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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덕 [黃山德, 1917 ~ 1989]

법학자. 평안남도 양덕(陽德) 출생. 1941년 경성제국대학 법과를 졸업하고, 60년 서울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8년 고려대학교 교수, 52년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62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냈고, 66년 변호사로 개업하였다. 같은 해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되어 73년 동대학원장, 74년 총장을 지냈다. 74년 법무부장관, 76년 문교부장관을 지내고, 80년 불교진흥원 이사장, 85년 학술원 회원이 되었다. 국민훈장 동백장, 청조근정(靑條勤政) 훈장을 받았다. 주요저서로 《법학통론》 《형법총론》 《법철학입문》 《국제사법(國際私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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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작가인 정 씨가 서울신문에 ‘탈선적 시비를 박함’이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창작의 자유, 대중매체의 선정성 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발전했다.

정 씨는 “(황 교수의 비난은) 문학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개인적 흥분”이라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3일 후 “문학정신 없이 성적 흥분을 돋우는 표현은 문학이 아니다”며 “인기욕 때문에 저속한 작문을 쓰는 문학의 파괴자요,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적”이라고 정 씨를 비난했다.

이어 변호사 홍순엽 씨와 문학평론가 백철 씨가 논쟁에 뛰어들었다.

홍 씨는 21일 서울신문을 통해 “작가는 양식이 명하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붓대를 구사할 수 있다”며 정 씨를 옹호했다.

백 씨는 29일 대학신문을 통해 “신문소설은 후진적인 대중 취미에 신경을 쓰느라 저속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작가의 문학정신을 독자가 이해했든 않았든 간에 이 소설이 ‘대중 취미’를 만족시킨 것은 분명하다. 연재 후 나온 자유부인 단행본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1956년부터 1990년까지 6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윤리 기준도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일면식도 없던 정 씨와 논쟁 이후 가까워졌다는 황 교수는 11년 뒤인 1965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닭 쫓던 개 모양으로 정 씨와 나는 아연실색하고 있다. 우리가 허심탄회한 기분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는 것은 둘 다 사회의 되어가는 꼴에 대해 허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40년이 지났다.

[동아일보 2005-03-10 20:45] 부분발췌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208[포스터]

자유부인 (自由夫人, 1956)
한국 | 드라마 | 125 분 | 개봉 2004.07.05 , 1956.06.09
감독: 한형모
출연: 박암, 김정림,양미희, 이민, 김동원
주선태, 최남현, 고선애, 고향미, 안나영, 노경희
<특별출연> 백설희






자유부인 속편▼




[채털리부인 vs 자유부인]

영국의 성담론2-채털리부인과 롤리타
사랑의 사제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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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Lawrence, David Herbert, 1885.9.11~1930.3.2]

요약
영국의 소설가 ·시인 ·비평가.

국적 영국
활동분야 문학
출생지 영국 노팅엄셔주(州) 이스트우드
주요저서 《아들과 연인》(1913) 《채털리 부인의 사랑》(1928)

본문
노팅엄셔주(州)의 탄광촌 이스트우드 출생. 조부의 대(代)부터 광부였던 아버지와, 조선기사 딸로 교사를 지낸 중류계급 출신인 어머니와의 계급 차에서 오는 계속적인 불화가, 어린 시절의 그의 성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교양없는 주정뱅이 아버지와 격렬하게 대립하였던 어머니가 모든 애정을 그에게 쏟은 일이 사춘기의 그의 여성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정들이 뒷날 그의 문학에 흐르는 주제의 한 원형을 이루었다. 노팅엄대학 사범부를 졸업한 후 1909년부터 3년간 런던 교외 크로이든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10년 12월에 어머니를 여의고 1912년 봄에는 노팅엄대학 시절의 은사 E.위클리의 부인이며 6세나 연상인 프리다와 사랑에 빠져 둘이서 독일 ·이탈리아 등을 전전하였는데, 《아들과 연인 Sons and Lovers》(1913)은 이때에 쓴 것이다.

1914년에 영국으로 돌아와 프리다와 정식으로 결혼하였고,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아내가 적국인이라는 이유와 그 밖의 이유로 박해를 받아 전쟁과 사람들의 광기(狂氣)를 저주하면서 영국 각지를 유랑하였다. 1915년에는 《무지개 The Rainbow》를 발표하였는데 성(性) 묘사가 문제되어 곧 발매금지를 당하였다. 《무지개》에서 취급된 남녀관계의 윤리문제는, 다음해에 완성하여 1920년에 예약 한정판으로 낸 《사랑하는 여인들 Women in Love》에서 더 철저히 파헤쳤다.

대전이 종결된 뒤 1919년 11월 이후 세계 각처를 방랑하였는데, 《아론의 지팡이 Aaron’s Rod》(1922) 《캥거루 Kangaroo》(1923) 《날개 있는 뱀 The Plumed Serpent》(1926) 등의 장편에는 예언자적인 독특한 세계관이 담겨 있으며, 만년에 피렌체에서 완성한 《채털리 부인의 사랑 Lady Chatterley’s Lover》(1928)은 《무지개》나 《사랑하는 여인들》에서 충분히 나타내지 못하였던 그의 성철학(性哲學)을 펼친 작품이며 외설시비로 오랜 재판을 겪은 후 미국에서는 1959년에, 영국에서는 1960년에야 비로소 완본 출판이 허용되었다. 이 밖에도 많은 중편 및 단편소설, 시집 ·여행기 ·평론집 ·서간집 등이 있다.
[네이버]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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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못지 않게 영국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사람은 D.H. 로렌스(D.H. Lawrence, 1885-1930)이다. 팝스타 마돈나와 『플레이보이』 잡지가 성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이전에, 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의 사랑』은 예술과 외설의 논쟁을 야기하면서 영국인들의 성에 대한 인식을 확 뒤바꿔 놓은 문제작이었다. 펭귄 출판사는 이 소설을 페이퍼 백으로 찍어서 대량으로 보급하기를 희망했고, 결국 1960년에 이 작품이 예술인가 외설인가를 놓고 벌인 법정소송에서 승소했다. 풍기문란을 우려한 기소인 측은 법정에서 “당신들은 이 책이 당신들의 하인과 부인에 의해서 읽혀지기를 원하는가?”라고 목청을 높였고, 이에 맞선 문학비평가들로 구성된 변호인 측은 이 책이 지니는 진지한 문학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펭귄사의 승소는 영국인들의 성에 대한 인식을 금지된 성에서 개방된 성으로 변모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제 영화 『채털리부인의 사랑』은 공산중국에도 상륙했다. 이 소설 속에서 로렌스는 지금까지 사용이 금기시되어온 ‘penis’(男根)라는 대담한 단어를 사용했고 여성이 ‘orgasm’(오르가즘)을 느끼는 장면을 대담하면서 솔직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주인(자신의 인생에 권태감을 느낀 귀족부인 채털리)과 하인(활력이 넘치는 사냥지기 멜로스) 사이의 지배와 종속의 권력구조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대단히 전복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건장한 하인(한국판 ‘변강쇠’) 멜로스가 전쟁으로 인하여 성불구자가 된 남편을 둔 귀족여인 채털리부인(한국판 ‘자유부인’)과 뜨거운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잃어버린 원초적 생명력을 회복한다는 내용 자체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였던 것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뿐만 아니라,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과 조이스의 『율리시즈』도 한때 외설시비로 재판에 회부되었다가 세월의 풍화작용을 견디어낸 고전들이다.


로렌스의 다른 소설들도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소설 『무지개』(The Rainbow)에 묘사된 여주인공 어슐라(Ursula)와 수영 여교사와의 레즈비언 관계가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속편 『사랑하는 여인들』(Women in Love)에서 묘사된 버킨(Birkin)과 제럴드(Gerald)가 옷을 모두 벗고 거실에서 활력이 넘치는 유도 경기를 하는 에로틱한 장면이 또 다시 문제가 됐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로렌스는 관능적 쾌락을 예찬하는 단순한 자유방임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진지한 도덕주의자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런 역설이 성립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그는 낡은 도덕률과 왜곡된 인간관계의 타파를 통해서, 새로운 도덕률과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했다.

로렌스는 사랑을 종교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사랑의 사제’였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그는 인간을 기계의 톱니바퀴로 전락시킨 기계문명과 인간의 개체성을 부인하는 전쟁이념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팅햄의 이스트우드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지하막장 속에서 일하는 광부들과 전쟁터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한 군인들이 처한 현실 속에서 현대문명의 위기를 포착했다.

한때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했던 로렌스는 획일화된 교육풍토에 강하게 반발한 나머지 자발적으로 교단을 떠났다. 그가 강조한 것은 바로 창조적이며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이었다. 비인간화 현상을 극복하고 자연스런 삶의 불꽃을 지피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그는 자연으로 되돌아가고자 소망했던 원시주의자였다. 물론 이런 처방안이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는 성을 금기시하거나 죄악시하지는 않았다. 성을 정직하게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가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금욕적인 수도승보다는 부드러운 연인이 되고자 했다.

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의 사랑』에 못지 않게 도덕적 파문을 일으킨 작품은 나보코프의 로리타』(Lolita, 1955)일 것이다. 이 책은 청교도적 뿌리가 깊게 남아있는 미국에서 비도덕적이란 이유로 출판을 거절당했다가 2년 뒤인 1955년에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한때 영국에서도 판매금지를 당했던 책이었다. 아드리안 라인 감독이 1997년에 만든 『로리타』는 영국에서 18세 이상 관람가능(U18)이라는 조건하에 영화심의 위원회를 통과해서 상영되었다. 사춘기의 딸을 둔 미국의 부모들은 이 책이 성적인 탈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단히 비윤리적인 책으로 간주했다. 이 책은 대학교수와 15세 소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양부와 양녀 사이의 금지된 불륜을 다루면서도 인습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일명 ‘로리타 신드롬’(Lolita Syndrome: 아동 성애, paedophile)라는 말이 생겨났다. 비윤리적인 작품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도덕적 엄숙주의 문화의 희생물이 되었다가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문학작품들이 많이 있다. 『로리타』, 『채털리부인의 사랑』, 그리고 『보봐리 부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로렌스와 나보코프는 도덕적 파시스트가 아니라 오히려 도덕의 무정부주의자에 가깝다. 이들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이며 합리적인 주체라는 사실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이 지닌 원초적인 성욕의 발산 속에서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포착했다. 훌륭한 문학작품은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주게 마련이다.

응고된 성에서 유연한 성으로

보수적인 영국에서도 다양한 성담론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존재해왔다. 동성연애자 오스카 와일드가 복권되었고 성공회에서는 여성사제에게 성직임명권과 예배집전 권리가 허용되었다. 그리고 남성의 경우 결혼을 위해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나이(The age of consent)를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법안이 통과되어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제 16세가 되면 남성은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반쪽인 여성은? 동성애를 포함한 다양한 성담론을 열린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엄청난 인식의 확대와 인권보호라는 관점에서 민주화를 가져온다. 당연히 이에 비례해서 성적방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 인간의 개성과 본능을 억압하는 행위는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리즘의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 5.편견에의 도전 유연해지는 성담론중]
http://korean.hani.co.kr/section-030100300/2001/06/030100300200106201124001.html[발췌]


[ 뉴 밀레니엄의 新 自由夫人]

本文/
TV 드라마·영화 속 대담한 아내들의 외도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한 바람난 여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바람을 생활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쯤으로 여기는 애경(변정수 분)과 그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연(유호정)의 '외도 대결'을 그린 미니 시리즈 '앞 집 여자'(MBC)가 16일 방영 시작과 함께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라서더니, 이번엔 스크린에서 또 한 명의 '바람난 아내'가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달 15일 '바람난 가족'(임상수 감독)이 개봉하는 것. 이에 앞서 올 초 출간한 '리스크 없이 바람 피우기'(자비네 에르트만 지음.만물상자)까지 더하면 바람을 불륜이 아니라 무슨 게임 정도로 여기는 사회가 된 게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여자들이 대담해졌다. 남편의 바람끼에 눈물짓던 아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젠 맞바람에 선수치기 바람까지 일삼는다. 왼쪽부터 여자의 맞바람을 담은 드라마 '위기의 남자'와 바람을 장난처럼 치는 '앞 집 여자', 그리고 개봉을 앞둔 '바람난 가족'.

#이유없는 아내의 외도

'불륜극은 때리고 부수는 게 많은데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아 재미있네요.'

'앞 집 여자'시청자 게시판에 오른 글처럼 요즘 등장하는 불륜은 담백하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외도를 아름답게 그린 '애인'(1996.MBC) 이후로 요즘 불륜 드라마와 영화는 두 여자가 머리카락을 잡고 싸우지도, 가정을 지키겠다며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지도 않는다. 여기에 요즘 유행 하나를 덧붙이면 아내들이 과감히 맞바람을 감행한다는 것,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 먼저 바람을 핀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모든 게 완벽한 '앞 집 여자'의 현모양처 애경(변정수 분). 남편에게 별다른 불만은 없다. 그냥 하루에 한알씩 비타민을 챙겨먹듯 생활의 활력소 운운하며 바람을 핀다. 남편은 물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죄의식은 안 느낀다. 그런가 하면 미연(유호정)은 어떤가. 우연히 만난 첫사랑 정우(김성택)와 몰래 데이트를 한다. 남편이 싫어졌냐고? 아니, 그냥 보내기에는 정우가 너무나 멋지다.

'바람난 가족'의 호정(문소리)은 변호사 남편의 외도에 "까짓거, 유부남도 연애할 자유는 있는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불륜이라고,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대신 거침없이 어린 애인과 맞바람을 핀다. 그동안 불륜은 드라마와 영화의 흔한 소재였지만 늘 아내가 피해자였다. 지난해 아줌마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불륜 드라마 '위기의 남자'(2002.MBC)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유부녀 금희(황신혜)가 직장 상사인 유부남 준하(신성우)와 애틋한 바람을 핀다. 그러나 준하와의 사랑이 남편 동주(김영철)의 외도에 기인한 것이기에 금희는 면죄부를 받았다. 이처럼 불륜에는 항상 핑계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코믹으로 포장하기는 했지만 불륜 드라마라는 걸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앞 집 여자'의 권석장 PD는 "금기시했을 때 불륜"이라며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드라마가 다루는 것인데 꼭 불륜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나"라고 묻는다.

사실 바람난 여성의 당당함은 드라마보다 영화가 앞서 다뤘다. '해피엔드'(정지우 감독.1999)의 보라(전도연)는 한밤중 애인을 만나기 위해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악녀짓도 서슴지 않았다. 보라와 성격은 다르지만 '결혼은 미친 짓이다'(유하 감독.2002)의 연희(엄정화)는 남편과 애인 사이를 오가며 깜찍하게 이중생활을 해낸다. 돈많은 남편과 사랑하는 애인을 모두 놓칠 수 없는 것이다.

# 실속차리기 외도

과거의 바람은 모든 걸 던져야 가능했다. 가정을 택하면 사랑을 버려야 했고, 사랑을 택하면 가정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둘 다 챙긴다. 더 이상 '사의 찬미'는 없는 것이다. '앞 집 여자'애경은 대표적인 실속파 바람꾼이다. 온갖 '외도 기술'로 남자와 짜릿한 데이트를 즐기지만 가정을, 남편을 소홀히 하는 법은 없다. 그래서 외양상 그의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때문에 애경은 '바람이 가정을 구한다'고까지 외친다. 이런 생각은 '바람난 가족'의 호정도 마찬가지다. 가부장적인 가족질서 안에서 바람핀 아내는 가족 해체의 죄인일 뿐이다. 그러나 호정은 이를 비웃는다. 가정을 지키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일까. 호정은 여기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대중의 판단은 이와는 또 다를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정서는 불륜은 용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도 하다. '앞 집 여자'시청자 게시판에는 "결혼 후에도 자기 일에 완벽만 기한다면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 서로 다른 남자와 여자를 만나는 그야말로 바람난 가족….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30대 여성의 불륜을 보편적 현상인양 다루고 미화한다"는 식의 비난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외도는)그래서는 안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소재"라며 "지저분한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일 뿐"이라고 말한다.이제 당신이 판단할 차례다.


안혜리 기자
2003.07.25 08:01 입력 / 2003.07.25 08: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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