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同床異夢

山寺에 봄이 오네

marineset 2023. 5. 30. 06:28
 어제 할머니 기제사를 용인 大覺寺에서 치루었다.
그 할머니는 사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교회 공원묘지에 잠들어 계시는데
남은 후손들은 절에서 모인다.
할머니 생전에 얼마나 열심히 교회를 다니셨던가?

지금은 완전히 변해버린 남서울호텔 옆...
강남 주택가 공터에 텃밭을 일구시어 고추, 호박 그리고 옥수수를 정성들여 키우시고 동네사람들에게 아주 싸게 파셨다.
팔아서 조금씩 감추어 놓으셨던, 거름냄새에 찌들었던 돈을,
거의 대부분은 교회에 헌금으로 사용하시고 종종 손자들에게 용돈도 주셨던 그 할머니...


젊은 시절,
그러니까 1940년경에 가족과 함게 만주땅으로 가셨다가...
해방이 되어 큰아들은 혼자 걸어서 남하하고, 그렇게 그들의 이별은 시작 되었으며 몇 십년이 지나 기적같이 모자 상봉은 이루어 졌다.
그 할머니의 지난 고통의 역사를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많이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할머니에게는 중국의 손자들과 한국의 손자들이 있다.
님께서 애지중지 정들여 키웠던 중국의 손자도 지금은 돈 벌겠다고, 이방인으로 취급되는 굴욕을 참으며 이 땅에 있는데..
그 중국 손자는 할머니를 진작에 잊은 모양이다.

할머니께서 생전에 유언처럼 부탁하시던 말씀은 꼭 교회공원묘지에서 쉬고싶다는 것과 절대로 제사를 지내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 할머니께서 원하지 않았던 제사를 지낸다.
가신님의 뜻을 꺽는 사람들은 기막히게도 할머니의 산소를 못 찾아간다.
그래도 절에서 지내는 제사를 위안으로 받아 들이고, 오늘도 부처님만 찾으면 그냥 행복해지리라 믿으며 내일의 다툼을 계획하는 중생들...
그러나 결국에는 빈손으로 떠나야할 터인데.

[2008-3-10 培悳 合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