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同床異夢
불교신문으로 보는 ‘법정스님 어록’
marineset
2023. 5. 31. 03:17
“승규는 구체적 수행을 통해서만
저절로 갖추어질 ‘도덕’이라는 것”
도제교육에 과감한 개혁 없이
혼돈에서 벗어날 출구는 없다
○…부처님! 당신의 가사와 바루를 가진 제자들이 오늘날 이 겨레로부터 마치 타락된 정치가들처럼 불신을 받고 있는 점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저는 이제 제 주변을 샅샅이 뒤져 헤치는 작업이라도 해야겠습니다. (1964년 10월4일자 ‘부처님 전상서’)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를만한 이웃이 없고 멀리 있는 벗은 올수가 없는데…/ 지난 밤에는 열기에 떠 줄곧 헛소리를 친듯한데 무슨 말을 했을까/ 앓을 때에야 새삼스레 혼자임을 느끼는가 성할 때에도 늘 혼자인 것을./ 또 열이 오르네 사지에는 보오얗게 토우(土雨)가 내리고 가슴은 마냥 가파른 고갯길/ 이러다가 육신은 죽어가는 것이겠지…/ 바하를 듣고 싶다 그 중에도 ‘톡카타와 후우가’ D단조를 장엄한 낙조 속에 묻히고 싶어!/ 어둠을 싫다 초침 소리에 짓눌리는 어둠은! 불이라도 환히 켜둘 것을/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를만한 이웃이 없고 멀리 있는 벗은 올수가 없는데…. (1965년 4월4일자 시 ‘병상에서’)
○…‘볼륨’을 낮춥시다. 우리들의 청정한 도량에서 불협화음을 몰아내야겠습니다. 처마 끝에서 그윽한 풍경소리가 되살아나도록 해야겠습니다. … 하여 문명의 소음에 지치고 해진 넋을 자연의 목소리로 포근하게 안아주어야겠습니다. (1965년 5월23일자 ‘볼륨을 낮춥시다’)
○…중 만드는 일을 될 수 있는 대로 제한하고 또 신중을 기해야겠다. 산문을 찾아오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의 신분을 알아보지 않고 또 구도자로서의 자질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받아들여, 들어오기가 바쁘게 머리를 깎고 옷을 갈아입혀 계를 일러준다는 것은 종단의 장래를 두고 볼 때 일종 자멸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 설사 계를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외형으로는 버젓이 승려의 행세를 할 수 있는 게 오늘의 우리 종단 실정이다. … 승단의 통할기관인 중앙총무원에서는 수시로 승려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승규(僧規)는 구체적인 수행을 통해서만 저절로 갖추어질 ‘도(道)의 덕(德)’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도제 교육에 과감한 개혁 없이 이 혼돈에서 벗어날 출구는 없다. (1965년 6월6일자 ‘이 수치를!’)
○…해마다 진학 입시를 전후한 이 무렵이면 산이나 시정(市井)에 있는 사(寺)와 암(庵)을 가릴 것 없이 절간은 기도로써 갑작스런 성황을 이루게 된다. … 아이들의 전도(前途)에 대한 어버이의 애틋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래 그와 같은 기발한 착상은 불경(佛經)의 어느 대목에서 보고 그러는 것일까. 이것은 분명히 종교의 궤도에서 벗어난 무속이다. … 이런 경우 기도하는 자세는 청정한 종교의 영역으로 승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까지 지은 죄업을 참회하고 불보살의 가피력으로 아무런 장애 없이 지닌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간절히 염원하는 일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1965년 12월19일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불교교육의 근본이념은 불타의 지혜와 자비사상에 입각한 인격 완성에 있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온 불교를 이해함으로써 오늘의 현실에서 새로운 지표를 삼자는 것이다. (1968년 12월15일자 ‘불교대학의 사명’)
○…그 절에서 소임을 보는 사람들은 한 받침대에다 등잔을 두 개씩 달아 썼다고 한다. 사중 일을 볼 때는 사중 일을 볼 때는 사중 등잔을 켜고 개인 일을 볼 때는 개인의 등잔을 켰다는 것이다. … 이런 이야기를 듣고 웃기는 소리라고 콧방귀를 뀔 사람이 많겠지만 그때는 이렇듯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공중 물건을 끔찍이 아꼈던 것이다. 이런 정신으로써 조선왕조의 박해 속에서 어려운 절 살림을 꾸리었고 가람을 수호해왔었다. 이런 눈물겨운 자취를 거쳐서 마련된 삼보정재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1977년 9월18일자 ‘법정칼럼’)
○…중노릇이 어렵다는 것은 남의 복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심전(心田)이 시원치 않으면서 어떻게 남의 복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 할머니나 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오체투지로 귀의승을 할 때 과연 오늘 이 자리의 내가 그 지극한 귀의를 받아들일 만한가? 두렵고 두려운 일이다. 이래서 중노릇이 어렵다는 것이다. … 수행자의 본질적인 사명은 무명의 바다와 비리의 늪에서 시시각각 침몰해하고 있는 끝없는 이웃을 건져내는 일이다. 그것은 공양의 대가로써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1977년 10월16일자 ‘법정칼럼’)
정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불교신문 2606호/ 3월17일자]
저절로 갖추어질 ‘도덕’이라는 것”
도제교육에 과감한 개혁 없이
혼돈에서 벗어날 출구는 없다
○…부처님! 당신의 가사와 바루를 가진 제자들이 오늘날 이 겨레로부터 마치 타락된 정치가들처럼 불신을 받고 있는 점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저는 이제 제 주변을 샅샅이 뒤져 헤치는 작업이라도 해야겠습니다. (1964년 10월4일자 ‘부처님 전상서’)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를만한 이웃이 없고 멀리 있는 벗은 올수가 없는데…/ 지난 밤에는 열기에 떠 줄곧 헛소리를 친듯한데 무슨 말을 했을까/ 앓을 때에야 새삼스레 혼자임을 느끼는가 성할 때에도 늘 혼자인 것을./ 또 열이 오르네 사지에는 보오얗게 토우(土雨)가 내리고 가슴은 마냥 가파른 고갯길/ 이러다가 육신은 죽어가는 것이겠지…/ 바하를 듣고 싶다 그 중에도 ‘톡카타와 후우가’ D단조를 장엄한 낙조 속에 묻히고 싶어!/ 어둠을 싫다 초침 소리에 짓눌리는 어둠은! 불이라도 환히 켜둘 것을/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를만한 이웃이 없고 멀리 있는 벗은 올수가 없는데…. (1965년 4월4일자 시 ‘병상에서’)
○…‘볼륨’을 낮춥시다. 우리들의 청정한 도량에서 불협화음을 몰아내야겠습니다. 처마 끝에서 그윽한 풍경소리가 되살아나도록 해야겠습니다. … 하여 문명의 소음에 지치고 해진 넋을 자연의 목소리로 포근하게 안아주어야겠습니다. (1965년 5월23일자 ‘볼륨을 낮춥시다’)
○…중 만드는 일을 될 수 있는 대로 제한하고 또 신중을 기해야겠다. 산문을 찾아오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의 신분을 알아보지 않고 또 구도자로서의 자질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받아들여, 들어오기가 바쁘게 머리를 깎고 옷을 갈아입혀 계를 일러준다는 것은 종단의 장래를 두고 볼 때 일종 자멸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 설사 계를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외형으로는 버젓이 승려의 행세를 할 수 있는 게 오늘의 우리 종단 실정이다. … 승단의 통할기관인 중앙총무원에서는 수시로 승려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승규(僧規)는 구체적인 수행을 통해서만 저절로 갖추어질 ‘도(道)의 덕(德)’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도제 교육에 과감한 개혁 없이 이 혼돈에서 벗어날 출구는 없다. (1965년 6월6일자 ‘이 수치를!’)
○…해마다 진학 입시를 전후한 이 무렵이면 산이나 시정(市井)에 있는 사(寺)와 암(庵)을 가릴 것 없이 절간은 기도로써 갑작스런 성황을 이루게 된다. … 아이들의 전도(前途)에 대한 어버이의 애틋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래 그와 같은 기발한 착상은 불경(佛經)의 어느 대목에서 보고 그러는 것일까. 이것은 분명히 종교의 궤도에서 벗어난 무속이다. … 이런 경우 기도하는 자세는 청정한 종교의 영역으로 승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까지 지은 죄업을 참회하고 불보살의 가피력으로 아무런 장애 없이 지닌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간절히 염원하는 일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1965년 12월19일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불교교육의 근본이념은 불타의 지혜와 자비사상에 입각한 인격 완성에 있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온 불교를 이해함으로써 오늘의 현실에서 새로운 지표를 삼자는 것이다. (1968년 12월15일자 ‘불교대학의 사명’)
○…그 절에서 소임을 보는 사람들은 한 받침대에다 등잔을 두 개씩 달아 썼다고 한다. 사중 일을 볼 때는 사중 일을 볼 때는 사중 등잔을 켜고 개인 일을 볼 때는 개인의 등잔을 켰다는 것이다. … 이런 이야기를 듣고 웃기는 소리라고 콧방귀를 뀔 사람이 많겠지만 그때는 이렇듯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공중 물건을 끔찍이 아꼈던 것이다. 이런 정신으로써 조선왕조의 박해 속에서 어려운 절 살림을 꾸리었고 가람을 수호해왔었다. 이런 눈물겨운 자취를 거쳐서 마련된 삼보정재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1977년 9월18일자 ‘법정칼럼’)
○…중노릇이 어렵다는 것은 남의 복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심전(心田)이 시원치 않으면서 어떻게 남의 복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 할머니나 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오체투지로 귀의승을 할 때 과연 오늘 이 자리의 내가 그 지극한 귀의를 받아들일 만한가? 두렵고 두려운 일이다. 이래서 중노릇이 어렵다는 것이다. … 수행자의 본질적인 사명은 무명의 바다와 비리의 늪에서 시시각각 침몰해하고 있는 끝없는 이웃을 건져내는 일이다. 그것은 공양의 대가로써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1977년 10월16일자 ‘법정칼럼’)
정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불교신문 2606호/ 3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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