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同床異夢
성의 거래:성욕과 권력의 역사 (3)
marineset
2023. 5. 31. 03:20
성의 거래:성욕과 권력의 역사 (3)
성교육전문가·심리학박사
2013년 11월 19일(화) 00:00
1950년대 중반, 서울에서는 ‘서종삼’과 ‘이봉익’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 당시 종로 3가에서 봉익동까지 성매매 업소가 많이 모여 있었다. 이것을 집창촌(集娼村)이라고 하는데, 성매매를 하러 종로3가에 간다는 말을 종로의 종과 3가의 삼을 따서 종삼이라고 부르고, 서 씨 성을 붙여 “서봉삼이네 간다”라는 말로, 종로3가 옆 봉익동에 간다는 것을 봉익에 이 씨 성을 붙여 “이봉익을 만나러 간다”라고 우스갯소리로 표현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생활 전선에 내몰린 여성들이 밀물처럼 성매매 업소에 유입되고, 돈으로 성을 탐닉하고자 하는 욕망이 결합하면서 도심 곳곳에 성매매가 번성한 것이다. 여기에는 금전채무라는 쇠사슬로 성매매 여성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포주(抱主)의 검은 손이 성매매를 유인하고 있었다. 정부는 성매매 여성과 포주와의 금전채무 관계를 백지화하는 것이 성매매 여성을 구호하고 선도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포주를 단속하였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을 위한 생계 대책 없이 진행된 단속이었기 때문에 성매매 근절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효과를 보지 못한다.
5·16 군사정변 이후 정부의 성매매 정책은 강력한 근절을 표방한다. 성매매를 사회악으로 보고 뿌리째 뽑고자 하는 의지가 1961년 11월 ‘윤락행위등방지법’ 제정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이 법은 ‘윤락행위를 방지하여 국민의 풍기 정화와 인권의 존중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며 ‘윤락행위를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전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 또는 약속을 하거나 기타 영리의 목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또 ‘국가는 윤락행위의 상습이 있는 자와 환경 또는 성행으로 보아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는 여자를 선도 및 보호하기 위하여 중요 도시, 기타 필요한 곳에 보호지도소를 설치한다’는 조항을 두어 윤락행위자를 보호 및 지도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 법의 명칭 윤락행위(淪落行爲)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악인 성매매의 원인을 성을 파는 사람에게 돌리고 그들을 선도하면 성매매가 해결될 것이라는 가정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웠다. 또 정치 지도부와 주한 미군을 상대로 한 위락 시설의 확대와 함께 1962년 정부가 특정 성매매 지역을 허용함으로써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1970년대에 정부는 국책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 여성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것이 바로 외국 관광객을 위한 ‘기생 관광’ 산업이었다. 정부는 국제관광협회에 요정과를 두어 성매매 허가증, 즉 등록증을 발부하여 관광 기생을 관리하였다. 이들은 국가가 공인한 성매매 여성으로, 외국 관광객을 상대하기 위해 호텔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통행금지에 관계없이 영업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문교부 장관은 성매매 여성을 애국적 행위로 장려하였는데, 그동안 ‘타락한 여성’으로 낙인찍었던 성매매 여성을 국가의 이익에 따라 ‘외화를 버는 애국자’로 꽃목걸이를 걸어주는 이중성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기생 관광은 1980년대 후반 고스란히 재현된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이 필요했고, 정부는 성매매 여성을 이용해 외국 관광객에게 성적 환대를 제공함으로써 외화벌이를 한 것이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에 만연한 성 상품화를 규제하기 위해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개정되어 1996년 1월에 시행되었다. 성의 수요와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성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처분’을 내린 것이다. 개정 후 윤락행위 상대자의 처벌 강도가 높아졌지만 실제로는 훈방과 같은 관대한 처벌에 그쳐 성매매는 필요악으로 뿌리내리게 된다.
결국 참여정부에서 성매매 척결을 위해 칼을 뽑아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2004년 3월에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인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다. 그동안 윤락행위, 매춘, 매매춘 등의 용어에서 벗어나서 가치중립적인 성매매(性賣買)란 표현을 사용하여 성 매수자와 성 판매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또 업주의 강요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성매매 피해자로 보고 그들에 대한 보호 및 자활지원을 확대하였다. 그러면 이 법의 시행과 함께 성매매가 근절되었는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는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살 수 있고 이것을 통해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꿈이나 열정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 역시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그것은 오롯이 나의 정신적 노력과 투자로만 얻을 수 있다. 성(性)도 마찬가지이다. 성매매를 통해 쾌락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성행동의 궁극적인 목적인 정서적 교감은 사지 못하는 공허한 몸짓일 뿐이다. 성이란 너와 내가 만들어내는 창조라는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