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생각과 합창
오빠생각과 합창
[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2016년 03월 16일 (수) 21:27:11 지면보기 14면 중부매일 jb@jbnews.com
'뜸북 뜸북 뜸북새 /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 숲에서 울 때 / 우리오빠 말 타고------ / 서울 가신 오빠는 / 소식도 없고 / 나뭇잎만 우수수 / 떨어집니다.'
동요 '오빠생각'은 아동문학가 최순애 선생이 1925년 방정환의 색동회 '어린이지'에 입선한 작품이다. 이 동시는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의 슬픔이 배어 있고, 기다림에 설레는 소중한 마음이 깔려 있다. 필자가 교직에 근무할 때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서 가끔씩 이 동시를 읽어주고 동요로도 불렀다.
얼마 전, 영화 '오빠생각'을 보았다. 군인들이 점령한 지역에 이념이 다른 동네 사람들이 아버지를 처형하면서 남매간의 사랑을 더욱 단단히 묶었다. 한편 전쟁터의 음대출신 소위가 포로수용소의 전쟁고아 보육시설에 전입을 왔다. 이 영화는 남매를 포함한 고아들로 합창단을 만들어 위문공연을 다니는데 전쟁 중 실존했던 해군어린이음악대를 모티브로 했다.
전쟁고아 합창단은 피난민과 고아라는 특수한 삶속에서도 노래를 매개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음악을 통해 서로 보듬어가는 묵직한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친근한 오빠생각과 고향의 봄, 명곡들이 감동과 여운을 전하며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일제 강점기, 6·25전쟁 등 격정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만의 아픈 추억이 아니라 명곡들을 듣다보면 청소년부터 어른들까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향한 삶의 희망을 준다.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진학, 취업, 결혼 등으로 고향을 등지고 살고 있고, 지금은 돌아갈 수 없지만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은 개인마다 고향을 두고 있다. 그 향수가 집약돼 있는 '고향의 봄'과 '오빠생각' 노래는 시대와 세대를 아울러 공감을 이끌어 낸다. 고향의 봄은 최순애 선생의 남편 한국아동문학의 거목 이원수 선생의 동시이며, 이 노래들을 부르다 보면 그리움과 기다림의 추억이 펼쳐지고 사람들에게 마음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작년 늦가을, 봉사단체인 휴먼라이브러리 휴먼 북들이 2개월 정도 연습을 하여 송년회에서 합창을 했다. 필자는 베이스영역에서 연습을 했는데 음악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합창은 함께 하는 단원들과 소리의 조화와 성부 간에 화성적인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개성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다양한 목소리들과 협력하다보니 서로 소중함을 깨달아 삶의 에너지가 생겼다. 또한 음악을 가까이하니 어려운 일이 생겨도 생기를 되찾을 수 있고, 합창 덕분에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요즘 들판은 딱딱한 껍질 벗고 봄옷 갈아입은 연두색 나무가 흥얼거리고 있다. 겨우내 얼어 있던 생명들이 봄날 비를 맞아 생명의 고동을 울린다. 봄을 시샘하는 하늘도 휘파람 불며 찾아와 소리 내며 반긴다. 화원(花園)마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니 마음을 설레게 하고 영화 속 고향의 봄과 오빠생각 명곡을 듣다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 음악은 정신의 물일뿐만 아니라 귀로 마시는 황홀한 생명수로 영혼을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자유로움을 담아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니 우리 모두 음악을 사랑하며 즐겁게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