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짙게 바르고


계급과 남녀를 가르던 '립스틱'의 역사
- 기자명 김태웅 기자
- 입력 2021.06.1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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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즈(rouge)'의 여성인권 나비효과

특허출원 : 립스틱 (US2600811A) 연도 : 1950년 국가 : 프랑스 지역 : 파리 (Paris) 이름 : Suinat Pierre(Chanel Inc) |
메이크업의 완성은 입술이라고 할 정도로, 립스틱은 사람의 인상에 있어 강력한 영향력을 부여한다. 그 힘을 알았던 고대 왕족들은 남녀구분없이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립스틱을 발랐다. 오늘 IP백과사전에서는 한때 권력과 계급, 여성 인권운동의 상징이었던 '립스틱'의 역사와 관련 특허를 알아보자.
사람의 안색은 사회생활에서 중요하다. 과거에 비해 덜 중요해 졌지만, 우리는 얼굴 상태, 입술색만 봐도 사람의 건강과 환경이나 지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화장품이 많지 않았던 과거에 립스틱은 확실하게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해주는 역할을 했다.

인류 역사상 립스틱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기원전 3500년 전 고대수메르인이 살던 시기다. 수메르 고대 유적지에서 화장품 케이스가 발견되었으며 그 안에는 립스틱으로 판단되는 물건들이 다수 나왔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수메르인들의 지배 계층들이 남녀구분 없이 적갈색 안료, 카민, 왁스 등을 혼합해 입술에 덧발랐다고 주장했다.
고대 이집트도 마찬가지였다. 클레오파트라로 대변되는 화려한 고대이집트의 메이크업 기술은 부처꽃과 헤나(Henna)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붉은 물감을 재료로 한 입술화장이었다. 이후 립스틱 기술은 유럽으로 전파되었으며,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주로 여성들만 립스틱을 사용했는데, 일반 여성은 튀지 않고 우아한 색깔만 사용해 립스틱을 만들었으며, 지나치게 붉은 색은 대부분 사창가 여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중세시대에는 얼굴에 무언가를 칠하는 것이 죄악시 되던 시대였다. 때문에 메이크업 기술은 수그러들었고 교회의 눈을 피해 몰래 전파되고 있었다.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는 점차 붉은 색조의 입술화장이 유행했고, 입술 색으로 계급을 나누기 시작했다.
재밌는 것은 로코코시대로 대표되는 1770년대 영국 정부에서 립스틱을 비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결혼에 앞서 립스틱을 발라 남성을 유혹하면 유죄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법이었다. 립스틱을 일종의 요술로 인식한 것이다.
남녀 관계없이 사회 계급을 나누던 도구로 쓰였던 립스틱. 이제는 여성에게만 제한을 둔 성차별로 변질된 것이다. 약 100년동안 금기시 되어오던 여성의 립스틱 사용은 1880년대 파리의 한 화장품 브랜드 겔랑(Guerlain)의 립스틱 대량생산으로 점차 깨지기 시작했다.

많은 여성들이 비밀스럽게 립스틱을 구매해 사용했으며, 당시 인기 연극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가 당당하게 공공장소에서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다니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선동은 프랑스 여성들의 동참으로 이어졌다.
국내 나이가 있으신 고연령자분들은 립스틱이 아니라 루즈(rouge)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프랑스어로 ‘붉은 립스틱’을 일컫는 단어다. 때문에 국내에서 한동안 붉은 립스틱은 루즈로 불렸었다. 그만큼 프랑스에서 시작된 여성들의 메이크업 자유 외침은 유럽 그리고 전 세계에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1912년 미국에서는 여성인권운동가들이 아주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뉴욕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다.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화장의 자유가 펼쳐진 순간이다. 20세기 초 화장이라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화장품 업계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1938년 미 의회가 화장품의 가내 수공업자들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량생산 시대가 열렸다.
헐리우드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맥스펙터(Max Factor)사는 1940년 세계 최초로 잘 지워지지않는 립스틱을 발명해 많은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후 여러 명품 브랜드가 화장품사업에 뛰어들면서 화장품업계 전쟁이 발발한다.

이후 립스틱 사용은 당연히 자유로운 행위가 되었고,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이라는 어려운 시기에도 립스틱이 더 많이 팔리는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까지 일어나면서 화장이 우리의 일상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알게 되었다.
특허 정보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 Inc)에서 1950년 ‘Case for lipstick and the like’ 제목의 립스틱 특허(US2600811A)를 출원했다. 정사각형의 메탈 케이스에 담긴 이 립스틱 디자인은 최근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들에게는 색감 선택만이 남은 행복한 고민이었다. 붉은 색감을 시작으로 히피문화에 의한 내추럴한 색감, 디스코 시대의 도래로 유행한 반짝이는 체리레드, 누드 톤이나 갈색 톤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일부 개그맨들 사이로 유행했던 어두운 계열의 톤까지 다양한 색감들이 선택을 받아왔다.
계급을 구분하고 남녀를 구분하던 립스틱(Lip stick). 마치 인류의 사회적 시스템의 발전사와 비슷하게 변화해 왔다. 그만큼 우리의 모습이 립스틱 사용에 투영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 글루밍족의 등장으로 남성도 다시 립스틱을 사용하는 시대에 도래했는데. 앞으로 립스틱이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https://www.thoughtco.com/history-of-lipstick-1992082
The Colorful History of Lipstick
No individual inventor can be credited as the first to invent lipstick as it is an ancient invention but we can trace the history of the use of lipst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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