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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초 작가-알렉산더 루쓰 교수 인터뷰

marineset 2023. 6. 20. 12:47

윤진초 작가-알렉산더 루쓰 교수 인터뷰

  • 문화
  • 입력 2022.06.09 16:57
 

“평안하고 여여하게…걸음마다 영그는 꽃”

런던유학 인연 ‘예술인 부부’
용인 대각사서 불교식 결혼 ‘눈길’
‘알리앤진’이름으로 콜라보작품
옛 불교유산 현대미술로 ‘승화’

6월3일 강남 김리아갤러리에서 열린 ‘2022 마중물 아트마켓’에 참여한 윤진초(오른쪽) 작가와 그녀의 남편 알렉산더 루쓰가 부부 이름을 합친 ‘알리앤진’이란 이름으로 협업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영국유학 시절 만나 10년 연애 종지부를 찍고 결혼을 생각할 때, 한국사찰에서 결혼식을 올리자는 제안은 오스트리아인 남편이 먼저 했다. 두 살 연상 한국인 아내가 유학생활 중 수시로 독경에 사경기도 올리는 모습이 좋아보였고, 가족만큼이나 ‘부처님’을 든든하게 여긴다는 걸 눈치 챘기 때문이다. “남편도 시댁 친지분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여 주셨어요. 제 삶에서 가장 스트롱한 커넥션이 있는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출발을 서약한다는 것, 너무나 행복하고 환희로운 일이죠.”

2016년 7월 용인 대각사에서 올린 결혼식 모습.

2016년 7월 한여름 용인 대각사에서 열린 두 사람의 결혼식은 사찰 모든 사부대중의 정성어린 손길로 여법하게 치러졌다. 가야금 선율 울리는 가운데 스님은 성혼을 선언하고 곱디 고운 신랑 신부는 연꽃송이 손에 들고 흩날리는 꽃비 속에서 사랑을 맹세했다. 사찰음식 맛나기로 유명한 대각사 공양실에선 시원한 냉면과 다과, 사찰식 디저트를 완비했고 솜씨 좋은 보살님들 덕분에 폐백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윤진초(40, 법명 여여) 작가와 대구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알렉산더 루쓰(38, 법명 은산) 부부는 이렇게 부부연을 맺었다. 윤 작가는 초등학교 때 외할머니랑 엄마 손잡고 대각사 어린이법회를 다니면서 부처님과 만났다. 꼬맹이 시절부터 윤 작가의 남다른 미술재능을 눈여겨봤던 대각사 회주 정호스님은 사춘기를 거쳐 유학을 결정하기까지 숱한 방황과 반항으로 흔들리는 그녀를 커다란 나무그늘처럼 안전하게 지켜준 어른이다. “뭐랄까요. 정호스님은 꼭 ‘어머니’ 같아요. 힘든 상황에 놓여 마음이 헝클어지거나 왜곡된 생각을 품게 될 때마다 예리하고 명확하게 제 자리를 짚어주셨어요. 참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지요.”

정호스님은 런던예술대(UAL) 유학 중인 윤 작가에게 단행본 삽화를 맡기는가 하면 어린이 영어법회 교재 ‘헬로달마스쿨’ 제작에 참여를 권했다. “그때는 아집이 커서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인가 반문하면서 툴툴대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귀한 밑거름을 깔아 주신 셈이에요. 어느날 스님은 습작으로 그린 제 스케치북을 50만원에 사겠다고 했어요. 거금 50만원은 갖고 싶고 스케치북은 팔기 싫어서 한참을 망설였더니 스님께서 ‘작가는 자기 그림을 떠나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작가로서 제 삶의 첫 고객은 스님이셔요. 나중에 성공하면 스케치북을 5000만원에 다시 사가라는 말씀도 하시고. 호호호.”

스님의 위트는 그녀에게 도전이 됐다. 런던대학에서 학사를 마치고 런던대학 센트럴 세인드 마틴(CSM)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캠프리지 스쿨 오브 아트에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에서 전시와 그림책 출간을 통해 이름을 날렸고, 결혼 이후 한국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무대에 윤진초 작가 특유의 색과 향을 입혀 화단에 주목을 받았다. 고대 예술로부터 받은 영감을 풀어내는 작가로 발돋움하면서 박물관 문화재마다 켜켜이 쌓인 옛 멋을 뿌리삼아 새로운 에너지를 활기차게 불어넣은 그녀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유물들을 보노라면 너무나 아름답죠. 저는 그 아름다움을 집에 가져가서 현대적 환경에 놓았을 때도 그만큼 예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진초 작가가 그린 탱화가 용인 대각사 삼성각에 모셔져 있다.

2018년 용인 대각사 삼성각에 그녀 삶의 첫 탱화를 봉안했다. 2020년 108명의 작가들과 함께 연 ‘붓다의 향기’전에서 윤 작가의 작품 ‘All OF US’는 20여 부처님 군상을 모아 불교의 인드라망 세상을 형상화해 눈길을 끌었다. 그녀만의 시선으로 불교문화유산들을 재해석하는 작품을 그려내는 일은 그녀가 정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그걸 실천하려고 스튜디오 ‘하심(下心)’이라는 멍석까지 깔아 놓았다. 올가을에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출전해서 남편과 함께 공들인 작품들을 ‘부처시리즈’와 ‘중생시리즈’로 나눠 선보인다니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윤진초 작가에게 불교는 삶의 중심도 핵심도 아닌 전부이자 바탕인 것 같다. “불교란 ‘평안함’아닐까요? 나 혼자만의 평안이 아닌 두루두루 평안한 것. 그토록 평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을 선물하고 싶어요. 누구든 내 그림을 보고 눈이 즐겁고 마음이 평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제가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부부는 틈틈이 사찰을 여행한다. 남편은 아내 작품 기저에 ‘불교’가 있었음을 사찰에 가서야 발견하곤 무릎을 친다. 결혼승낙을 받으려고 처음 처갓집 식구들을 만났을 때 <법화경>을 사경하라는 외조모의 ‘명령’에 그날부로 영문 법화경 사경을 시작한 남편은 스님이 약혼선물로 지어준 법명 ‘은산(誾山)’을 품고 산다. 부부의 이름을 하나로 합친 ‘알리앤진’. 즐겁고 성실한 부부의 발걸음이 꽃처럼 환하고 싱그럽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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