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同床異夢

개혁신당 비례 1번 이주영

marineset 2024. 4. 16. 07:46

개혁신당 비례 1번 이주영 “소아응급실 문닫게 한 의료악법부터 고쳐야”

[정치에 할 말 있다 Ⅱ] [2]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신당 이주영(비례) 당선인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개혁신당이 전체 의석(300석)의 1%인 3석을 얻었다. 물은 99도에서 못 끓고 100도에서 끓는다. 그 ‘1′의 차이를 개혁신당이 보여줄 것이다" 라고 답했다. /김지호 기자
입력 2024.04.16. 03:41업데이트 2024.04.1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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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신당 이주영(비례) 당선자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 출신인 그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애초에 잘못된 처방이다”라며 “애초에 약을 잘못 썼는데 몇 g(그램)을 써야 하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김지호 기자
 

이주영(42) 전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는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4·10 총선에서 당선됐다. 근무하던 응급실이 전문의 줄사직으로 운영이 불가능해져 그도 지난 2월 1일 병원을 떠났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했다. 그는 의료 현장과 법안의 간극을 메워야겠다고 결심해 총선에 도전했다고 전했다.

-삼남매를 둔 워킹맘 의사다.

 

“아들(중1), 딸(초6), 아들(초3) 키우는 엄마다. 애들은 엄마가 또 바빠졌다고 당선된 걸 안 좋아한다. 내가 ‘국민들이 믿고 뽑아주셔서 할 일이 정말 많아졌어. 앞으로 떼쓰거나 싸우면 안 돼’라고 겁을 줘서 그런 것 같다. 하하.”

-삼남매 키우며 소아응급실 전문의로 일했다.

 

“셋째 출산하고 나서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지 막막했다. 마침 아들 둘 키우는 여선배가 ‘응급실은 입원 환자가 없고 근무 온·오프가 확실해서 괜찮다’고 추천하더라. 서울 잠실 집에서 시외버스나 열차타고 천안으로 내려가 24시간 당직을 서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생활을 10년간 했다. 워킹맘 전문의 7명이 함께 일하니 팀워크가 찰떡이었다. 아이들 소풍날엔 서로 근무를 바꿔주는 그런 분위기라 가능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내가 근무한 곳은 2016년 전국 최초로 생긴 소아전문응급센터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인력난이 심각해 몰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기 버거웠는데, 작년 10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는다며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발효됐다. 이후 의사들은 아무리 가망 없는 환자였어도 병원에 도착한 이후 사망하면 소송당할 것을 각오해야 했다. 결국 작년 말 전문의 5명이 병원을 떠나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현실과 법안의 간극을 메울 해법이 정치에 있다고 느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신당 이주영 당선인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 당선인은 막내가 직접 그려줬다는 개혁신당의 오렌지색 로고를 휴대폰에 넣고 다닌다./김지호 기자

-왜 개혁신당인가.

“사실 몇몇 정당에서 연락을 먼저 받았다. 개혁신당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여기라면 소신껏 뜻을 펼칠 수 있겠다 싶었다. 개혁신당은 당선인들이 전과가 없는 유일한 정당이다.”

 

-당선됐을 때 심경은.

“국회에 (개혁신당 의원으로) 혼자 갈까 봐 솔직히 겁났다. 결과적으론 당선인 3명(비례 2명, 지역구 1명)이 나왔지만, 여론조사에선 비례 1번이었던 나만 국회에 갈 확률이 컸다. 우리가 비례에서 3.61% 득표를 했는데, 천하람 총괄선대위원장(비례 2번)이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다. 내가 됐을 때보다 100배 더 기뻤다.”

 

-발의하고 싶은 1호 법안은.

“새 법을 만들기보다는 실질적 악법이 되어버린 기존의 의료법들을 개정하고 싶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응급 의료법이 의료 소송 위험을 높여 내가 일했던 소아 응급실을 문 닫게 한 것과 같은 법안이 너무 많다. 응급실에 있으면서 ‘정말 큰일 나겠다’ 싶었던 게 2017년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이다. 정신병동 강제 입원은 반드시 소속이 서로 다른 전문의 2명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만든 것인데, 현실과 맞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아졌다. 이러면 환자와 주변 사람까지 위험해진다. 선의로 발의가 됐더라도 결과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는 사례다.”

 
 
교수 시절 진료 보는 모습 - 개혁신당 이주영(비례) 당선자가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 전문 응급센터 교수로 재직할 당시 진료하고 있는 모습. /이주영 당선자 제공
 

-’의대 증원 2000명’은 여론의 지지가 높다.

“현행 의료보험 제도 자체가 의사와 환자를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구조다. 인프라는 민간이 조성하는데 가격은 국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필수 의료는 워낙 의료수가가 적어 ‘박리다매’를 해도 적자다. 의사는 힘들고 환자는 충분히 배려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의료도 일종의 재화인데, 한국은 국민소득에 비해 진료비가 워낙 싸서 환자들이 마음에 드는 의사를 만날 때까지 마음껏 ‘진료 쇼핑’을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은 반드시 파탄난다. ‘의대 증원 2000명’은 잘못된 처방이다. 애초에 약을 잘못 썼는데 몇 g(그램)의 약을 써야 하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여성인데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폐지 의견을 냈다.

 

“경쟁 과정이 공정하다고 느껴야 결과에도 승복하기 마련이다. 비례 의원 절반이 무조건 여성이어야 할 이유를 남성이 납득할까. 지금 여의사들이 인정받는 이유도 과거에 아무 배려 없이 ‘남초 콘크리트’를 뚫어가며 경력을 쌓았던 선배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먼저 ‘배려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내면 역차별 논란도 줄 것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신당 이주영(비례) 당선자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소아 전문 응급센터 교수 출신인 그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애초에 잘못된 처방이다”라며 “애초에 약을 잘못 썼는데 몇 g(그램)을 써야 하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여성할당제가 없으면 여성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 텐데.

“국회는 사회 각계의 전문성이나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이어야지, 남녀를 따지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면, 군대나 경찰에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여성에게 일부 가산점을 줄 수는 있다.”

-22대 국회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개혁신당이 전체 의석(300석)의 1%인 3석을 얻었다. 물은 99도에서 못 끓고 100도에서 끓는다. 그 ‘1′의 차이를 개혁신당이 보여줄 것이다.”

 

☞이주영은 누구

1982년생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 동국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했다. 결혼해서 삼 남매를 낳고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 전문 응급센터 교수로 이직해 10년간 근무했다. 칼럼 기고와 책 출간 등을 통해 필수 의료계의 현실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병행했다. 지난달 개혁신당에 입당해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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