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勸酒
[세계일보 2005-05-27 21:12]

“고대광실의 거울 앞에서 백발 서러워하는 것을(高堂明鏡悲白髮)/ 살아가며 기분 좋을 땐 마음껏 즐겨야지(人生得意須盡歡)/ 황금 술단지 멋적게 명월 대하게 하지 마소(莫使金樽空對月)/…/ 일단 만나 마셨다 하면 한번에 삼백 잔일세(會須一飮三百杯)/ 술 권하노니 거절하지 말게나(進酒君莫停)…”
술은 역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맛이다. 빈잔 털고 돌려주는 사이 천하를 놀음하고 세상살이를 더듬게 된다. 속칭 ‘군자는 자작(自酌)’이니 하는 것은 술 먹기 싫거나 술 따르기 귀찮을 때 쓰는 말에 불과하다. 간혹 선술집이나 바에서 독배(獨杯)를 하는 술꾼도 있지만 파트너가 없거나 심파가 불규칙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니 뭐니 해도 주법은 대작(對酌)이 으뜸 아니겠는가.
부부가 싸움 끝에 마시면 화기(和氣)의 잔이요, 부자가 마주하면 친근(親近)의 술이 된다. 낯선 길손이 주막에서 한잔 걸치면 먼 거리 동행을 가볍게 해준다. 그런데 남녀가 술상을 함께하면 사랑이 될 수도,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대작은 참 묘하다.
시골의 한 초등학교 교감이 회식 자리에서 여교사에게 “(술잔을 받았으니 비우고) 교장께 한잔 드리세요”라고 하는 바람에 성희롱 소동에 휘말렸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 서울고법이 “교감의 행동이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입증해준 덕이다. 여교사로선 따르기 싫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을 법하다. 간혹 남편 외에는 절대로 외간 남자에게 술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여성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남성의 권주를 마냥 성희롱으로 몰아간다면 세상은 삭막해지지 않을까. 한 네티즌의 댓글이 눈길을 끈다. “여성이 남성에게 ‘요즘 힘이 없어 보이네요?’라거나 ‘무거우니 좀 들어주세요’ 하는 것도 남성에 대한 성희롱이 아닌가요?”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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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의 '발칙 칼럼'] '여자'라서 유리하다고?
[조선일보 2005-06-28 20:10]
[조선일보]

엊그제 한 시사회장에서 기이한 사건이 벌어졌다. 영화가 막 시작되자, “어딜 만져”라는 한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여자와 남자가 말다툼을 하더니, 곧 머리채를 휘어잡는 모습이! 음, 불 꺼진 틈을 타 남자는 은근 슬쩍 여자에게 손을 뻗쳤을 것이고, 여자가 화를 냈더니, 남자가 여자를 때렸다…라는 얘기였다면, ‘기이한’ 건 아니다. 슬프게도, 이런 사건은 자주 있었으니까.
전해 들은 전말은 이렇다. 영화가 시작됐는데도 노트북을 켜놓은 여자와 이를 꺼달라는 남자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남자가 여자에게 밖에 나가서 해결하자며 여자 어깨를 잡아 당겼다는 것이다. 이때 여자가 ‘어딜 만져’라 말하며 남자의 얼굴을 가격해 안경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얘기. 전해 들은 것이라 신뢰도는 50±50%겠으나, 두 사람이 화해를 했고, ‘성희롱’ 공방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극장에서 끌려나간 것은, 남자뿐이었다.
문제는 “어딜 만져”다. 우리의 관습적 언어인지회로는 ‘어딜 만져’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런 ‘시추에이션’을 상상한다. 남자는 가해자고, 여자가 피해자다. 이걸 지켜본 한 남자는 “아무리 여성상위라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한 일”이라고 흥분했다. 꽤 ‘진보적인’ 이 남자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다면, 다른 남자들 생각은 더할 것이다.
앞의 사건과는 관계없이, 경우 없는 짓을 저지르고도 “여자라서 유리해요”라고 느긋하게 즐기는 여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커피 마시는데 ‘난 생과일 주스’라며 돈 한푼 안 내는 얌체족부터, 회식자리의 “나도 한 잔 줘”가 성희롱이라며 ‘오버’하는 여자들, 밤새워 일하는 걸 보고 “남자들 너무 일 중독이야”라며 쌩하며 집에 가버리는 ‘쿨한’ 여자들…. 이런 행위에 몰두하면, 여자들은 예기치 못한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 그간의 차별에 그러했듯, 역차별에도 ‘반동’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zeen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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