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Rok marines

서북도서 의료체계 분석 下

marineset 2025. 10. 7. 22:49

[단독] "머리 부상에도 MRI까지 5일"…서해 군인들, 골든타임 지키려면

 

 
서북도서 의료체계 분석 下
유용원 “매우 심각한 현실”

MRI 들이려던 軍시도 좌절
매일 수시로 골든타임 놓쳐


상황이 심각한 건 MRI도 마찬가지다. MRI는 인체의 연조직을 보는 영상 촬영 장비로, 전신에 대해 부위별로 사용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손목과 머리, 복부 등 환자의 부상 양상에 따라 적극 사용할 수 있지만, 서북 도서에는 아예 장비가 없어 그야말로 ‘남의 얘기다
 
 
 

“전문의 없으니 의료 장비도 불필요”
 
 
고충을 십분 인지한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가 기존에 운용하던 6여단의 노후화된 CT실을 철거 후 MRI까지 활용할 수 있는 시설 신축을 시도했으나,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현장 실사가 이뤄졌음에도 국회 예산안 증액 심사에 반영되지 않은 것.

올해 들어서도 MRI 기기 확보 등을 위해 국방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수의료장비 운용인력 기준’, 즉 영상의학과 전문의 보직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장비를 운용할 사람이 없단 이유로 장비를 들여오려는 시도조차 좌절된 셈이다.

현행법은 MRI 운용 인력 기준을 ▲영상의학과 전문의 전속 1명 이상 ▲방사선사 전속 1명 이상으로 CT보다 더 까다롭게 규정한다. 방사선사는 도서 지역에 3명이 있지만, 전속 전문의 1명이 없어 6여단 등의 CT와 MRI 운용이 모두 불가한 상황이다.



6여단 장병들이 MRI 촬영을 위해 국군수도병원에 외진을 나간 사례는 ▲2023년 167건 ▲2024년 292건 ▲2025년 31건 등이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연평부대에서 역시 ▲2023년 81건 ▲2024년 109건 ▲2025년 46건 등으로 매해 수요가 꾸준하다.

CT와 MRI 등의 촬영이 제한되면 환자에 대한 신속·정확한 진단이 불가해 적시에 치료나 후송이 불가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주요 장비와 시설이 낡고 안전장치가 부족한 격오지 부대 특성상 응급환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음에도 골든타임 확보가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7월 30일 6여단의 한 포병부대에서는 A상병이 5t 트럭에서 하차하던 중 뒤로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후두부를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의무중대에서 CT 촬영이 불가하니 A상병은 섬에 하나뿐인 민간병원(백령병원)에서 CT 촬영을 해야 했다.

2차 CT 판독 결과 ‘경막밑 출혈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A상병의 헬기 후송이 결정됐고, A상병은 사고 발생 약 10시간 만에야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해 입원했다. 그런 후에도 차례를 기다리다가 닷새 뒤인 8월 4일에야 비로소 MRI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급한 불은 규제 완화로…결론은 충원
 
다행히 A상병은 검사 결과 뇌출혈이 아닌 단순 뇌진탕으로 판명 났지만, 응급환자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은 군 내부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의무중대에서 CT·MRI 사용이 가능했다면 불필요한 응급 후송 역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본질적으로는 도서 지역 내 전문의 충원이 꼭 이뤄져야 하지만, 군 안팎의 관계자들은 ‘특수의료장비 운용인력 기준’을 완화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대신 의료기관장(의무부대장)을 운용인력으로 하자는 제안이다.

현행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의 공공성 및 해당 지역의 의료자원 분포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설치인정 기준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다. 예외 사례로만 인정받으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꼭 아니더라도 당장 CT 운용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 의료 전문가는 “물론 CT나 MRI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보면 더 정확하게 판독할 수는 있겠지만, (그 외 분야) 의사들도 보고 판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격오지라는 부대 특성과 당장 영상의학과 전문의 충원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긴급 수술이 필요할 때 의사들이 CT나 MRI를 먼저 찍는 경우가 많다”며 “(국군수도병원 등으로 이송하더라도) 헬기 이송 전에 부대 내에서 찍은 MRI 영상 정보를 CD나 군의 의료체계 등으로 공유하면 골든타임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서해 창끝부대의 어려움과 관련, “우리 해병대원들이 서북 도서 최전방에서 헌신하고 있음에도 의료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응급 상황 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CT·MRI 같은 필수 장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후송 과정에서 작전 공백까지 초래되는 것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며 “군 당국에서는 관련 규정의 유연한 적용과 예산 확보를 통해 최소한의 의료안전망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북도서 최북단을 사수하는 해병 6여단과 연평부대. 우리 땅보다 적진이 가까운 그곳을 수많은 군인이 지키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의료 지원시설은 열악하기만 하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서 다칠 수조차 없는 군의 현실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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