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複雜單純

10 days in a mad house

marineset 2023. 5. 30. 05:27


넬리 블라이는 '여자애는 쓸모 없다'는 신문 칼럼에 성나 반박 글을 썼다가 기자가 됐고, 삶을 통해 또 한번 반박했다. womenshistory.about.com
35세의 미국 저널리스트 넬리 블라이(Nellie Bly, 1864~1922)가 1889년 오늘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쥘 베른의 소설에서처럼 정말 가능한지 알아보려던 거였다. 소설 주인공 포그가 2만 파운드 내기로 일주를 시작했듯이 당시에는 된다 안 된다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블라이는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 편이었다. 그의 제안에 조셉 퓰리처의 ‘뉴욕 월드’가 경비를 댔다.

엘리자베스 코크레인 시먼(Elizabeth Cochran Seaman, 블라이의 본명)은 펜실베이니아주 암스트롱카운티의 작은 농장에서 태어나 10대 중반에 가족과 함게 피츠버그로 이사했다. 집이 가난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글을 익혔고 글 솜씨도 좋았다고 한다. 피츠버그 디스패치라는 신문이 ‘여자애들을 어디다 써먹을 수 있을까 What Girls Are Good for’라는 제목의 여성혐오 칼럼을 내보내자 자신을 ‘외로운 고아 소녀’라 소개하며 신랄한 반박 칼럼을 기고했다. 그 글에 좋은 인상을 받은 편집장이 필자를 알아내 파트타임 일을 줬고, 그는 ‘넬리 블라이’라는 필명으로 금세 정식 기자가 됐다.

패션이나 요리 같은 여성면 기사를 요구하는 사측과 실랑이하며 그는 여성 노동자들의 어려움 등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곤 했다. 멕시코 특파원으로 가서도 6개월간 멕시코 문화와 삶 외에 반정부 저널리스트들의 투옥사례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 사실상 추방 당했다. 귀국 후 얼마 뒤 그는 편집진과의 갈등으로 사표를 내고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는 1887년 뉴욕월드에 여성 정신병원 실태 르뽀를 쓰면서 유명해졌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위장해 블랙웰 섬의 여성정신병동에 열흘간 수용됐다가 나온 그는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바 열악한 식사와 추위, 비위생과 비인간적인 의료서비스 등을 적나라하게 폭로했고, 수용된 환자들 중 다수가 멀쩡한 사람이더라는 것을 그들과의 대화록 등을 통해 고발했다. 그의 기사는 뉴욕 주를 비롯한 미국 정신병동 복지 예산 증액의 계기가 됐다.

1889년 11월 14일 증기선 ‘오그스타 빅토리아’호를 타고 뉴욕을 떠난 그는 베른의 경로를 따라 배와 기차로 영국 프랑스 홍콩 일본 등을 돈 뒤 이듬해 1월 25일 뉴저지 항에 도착했다. 72일만이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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