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同床異夢 91

슈베르트의 이발관

어제, 차일피일 미루던 이발을 하려고 퇴근길에 발 닿는 대로, 처음 가 보는 이발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동안 주말을 이용하여 다니던 동네 미장원이나 목욕탕내 이발소는 시간이 잘 안 맞아 평일에는 못 가다가, 출입문에 모범업소라고 쓰여 있는 눈에 잘 안 띄는 골목 이발관을 찾게 되었다. 문을 빼꼼 열고 들어가니 손님은 없고 희미한 조명 아래, 빈 이 발의자에 기대어 있던 체구가 비쩍 마른 슈베르트 모습의 이발사가 날 반기더니 앉으란다. 드디어 이발 시작, 아~ 미스터 슈베르트는 지체장애가 있는 분이셨 다. 몸을 힘겹게 움직이며 내 머리를 가위질하는데 잔기침을 하면서 숨 쉴 때마다 고약한 냄새가 나서 참기 힘들었다. 좀 있으니 옆에 커튼 쳐 놓은 공간에서 후덕한 아줌마가 나타나서 한 마디 말도 없이 나를..

산사(山寺)의 봄

산사(山寺)의 봄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명성을 날리신 서산(西山)대사에 관한 이야 기는 국사 교과서에도 소개되고 있으며 일명 휴정(休靜) 스님으로도 잘 알려진 분이신데, 우연히 불교신문을 읽다가 스님과 관련된 여러 호칭을 알게 되었다. 속세에서의 이름은 완산 최(崔)씨 여신(汝信)이며 자는 현응(玄應)이라 는 것과 청허(淸虛) 선사(禪師)라는 법호가 따로 있다는 것은 물론, 중종 15년(1520년)에 출생하시어 인종, 명종, 선조 등 여러 임금의 통치시대 를 살다가 1604년에 열반하셨다는 내용이다. 청허선사(淸虛禪師) 돈오송(頓悟頌)* 일부를 해석해 놓은 것 중에 慈悲是觀音 喜捨是勢至 嗔心是地獄 貪心是餓鬼 자비로운 마음은 관세음보살이요 * 돈오(頓悟) :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깨달음을 얻는 것..

바위고개 넘어 희망의 나라로

바위고개 넘어 희망의 나라로 필자는 중학생 시절에 어렵게 하모니카를 장만하여 옛날 중외제약이 있던 성북구 장위동 뒷산에 올라가서 독학으로 처음 연주한 곡이 있었는 데 그 곡이 바로 ‘바위고개’이다. ‘바위고개’라는 국민가곡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2년에 이흥렬 선생 이 작사, 작곡하여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토종 국민 중에 ‘바위고개’를 부를 줄은 몰라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은 외국인이라고 단정해도 별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 바위고개 노래 3절은 아래와 같은데, 바위 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님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십~여년 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꽃 안~고서 눈물집니다 ‘십여 년간 머슴살이가 하도 서러워’라는 가사 부분은 당시 일제 치하 에서 겪은 민족의 울분을..

마지막 명함

마지막 명함 이른 점심 식사를 끝내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하러 나섰다. 걷기 운동 겸 자주 다녔는데 최근 들어서는 무지막지한 미세먼지 덕분 에 마음 놓고 다니지를 못한다. 그래도 큰마음 먹고 황사 마스크로 얼굴 을 가린 채 나가 보았다. 경칩이 지나서인지 별로 춥지도 않고, 먼지만 덜 하면 참 상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역전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낯익은 인쇄소 간판이 눈에 들어왔고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지내던 사장 얼굴도 볼겸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사장은 없고 부인과 직원들이 마침 식사 중이었다. 사실 이곳 사장은 경제적으로 제법 성공한 지역 후배로서 로타리클럽 의 회장도 역임하였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였으 며 참으로 무난한 호인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별안간 뇌졸중이 와서 고 ..

가요무대

가요무대 1985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방영되는 TV 예능 프로그램 중에 KBS 의 ‘가요무대’가 있다. 매주 월요일 밤 10시에 김동건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는데, 그 화면에 보이는 방청객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주류를 이룬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나 역시 이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사람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애청의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나와는 많이 다른 아내의 음악적 취향 때문에 리모컨의 주 도권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여섯 살의 나이 차 이가 있는데 선호하는 음악적 취향은 30년 정도의 세대 차이가 있어 아 내는 가요무대를 보고 있는 나를 영 못마땅해하고 노인 취급한다. 자기 도 환갑이 지난 지가 언제인데 말이다. 나는 가요무대에 나오는 ..

한국불교 종단협의회

한국불교 종단협의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 www.kboa.or.kr [청년을 위한 불교기초강의] 한국불교의 종파와 차이점은? 입력 2021.02.17 10:03 호수 3653 기자명 이정우 군법사·육군 대령 대한불교조계종 중심 ‘종단협’구성 30개 종단이 한국불교 대부분 차지 소의경전 수행법에 따라 종단 구분 스님 결혼유무, 시대특성으로 분파 Q 우리나라 불교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가장 대표적인 종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태고종·천태종·진각종 등 많은 종단이 있다는데 현재 한국불교의 종파는 몇 개이고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

광화문 가는 날

2019년 10월 4일 · 친구들과 합류 계획이 있어서 병점역 11시 9분 급행 전철을 타기 위해 집사람이 역에 데려다 주었다. 후문 출입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 보니 전철 도착시간이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아뿔싸, 지갑을 안 가지고 왔으니 어쩌면 좋아. 집사람에게 지갑 좀 가지고 다시 와 달라고 전화를 하고, 엘리베이터 옆 창문에서 다른 통화를 하고 있는데 남성 미화원이 다가와서 대뜸 시비를 거네? 왜 가래침을 뱉냐는 거였다. 하도 어이가 없어, 그런 적 없다고 항의를 하였지만 자기가 아래층에서 봤다고 하는데 순간 열 받아서 뒤로 넘어갈 뻔했다. 뭔 미화원이 이렇게 거칠고 공격적인지, 나는 아니라고 하는데도 당신 외에는 누가 여기 창문에 있냐는 거였다. 아래층에서 내가 침 뱉는 걸 보았단다..

종군기자(從軍記者) 1

[천자칼럼] 종군기자 입력 2015-06-24 20:53:54 | 수정 2015-06-25 03:59:46 | 지면정보 2015-06-25 A35면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향하는 종군기자들은 도대체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걸까. 진실을 알리기 위해? 기자정신에 투철해서? 명예 혹은 돈을 위해? 단순히 호기심으로? 아마 이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포탄이 날아가고 피가 튀며 머리털이 쭈뼛 서는 극한 상황은 말할 수 없는 공포와 동시에 때로는 묘한 짜릿함도 느끼게 한다. 그런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져 생생한 이야기와 사진 및 영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꿈은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꾸게 마련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진..

종군기자(從軍記者) 2

라이카에 담긴 폐허의 남대문, 아버지의 한국전쟁 기록 3대 사진가 임인식·정의·준영, 한국사 80년 ① 전쟁과 평화, 국방부 사진대 대장 임인식의 한국전쟁 사진 최초 공개 등록 : 2018-06-21 15:42 수정 : 2018-06-28 14:59 전쟁과 평화, 국방부 사진대 대장 임인식의 한국전쟁 사진 최초 공개 PDF view 6.25 사진대장 국방부 종군기자 임인식 대위(예 육사8기) 스토리

종군기자(從軍記者) 3

[인터뷰] 6·25전쟁 從軍記者 1기생 李蕙馥 대한언론인회 고문 “평양 대동교 앞 白善燁-게이 장군 악수장면 잊을 수 없어” 오동룡 “여름에 일선에 갔을 때 정훈부 병사들이 신문을 보고 있어요. 자세히 보니 오래된 신문 쪼가리를 보물처럼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그 정도로 뉴스에 목이 마른 거라. ‘아, 신문기자의 사명이 이렇게 큰 거구나!’ 느꼈죠. 신문은 당시 남북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존의 필수품이었으니까요.” ⊙ 6·25전쟁 첫날, 동두천 1연대 첫 종군 취재… 지휘관은 “염려 없다”고 코멘트 ⊙ 국방부 종군기자 1기생 20명… 1949년 10월 陸士에서 10여 일간 훈련 후 종군기자증 받아 ⊙ 여순반란사건 나자 일주일 만에 현장 취재… 流血이 낭자한 현장 기사화 ⊙ 서울신문 韓奎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