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계환의 중국인문학] 경국지색, 나라를 망칠만큼 아름다운 여인
경국지색(傾國之色)
이 말은 경국(傾國) 즉 나라를 기울게 할만한 미모라는 표현은 <한서>에 나오는 이연년의 시에서 유래했다.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寧不知傾城 與傾國佳人 難再得
북방에 있는 가인은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홀로 서쪽에 서 있네.
그녀가 한 번 돌아보면 성이 위태롭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위태롭네.
그녀 때문에 나라가 위태로워짐을 어찌 모르리요만, 어여쁜 사람은 구하기 어려운 법이라네.
한나라 한무제 때 이연년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본래 부모·형제 자매와 함께 창(倡)이었다. 말하자면 노래하고 춤을 추는 광대 집안사람이었다는 뜻이다. 어느날 그는 상당히 중한 법을 어겼고 궁형을 받게 되었다. 한무제 때 궁형을 받은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사마천이 있는데, 당시에는 사형보다는 조금 약한게 궁형이었다. 그런데 돈 50만전을 내면 풀려날 수도 있었다. 당시에는 매관매직이 성행했고 돈이 있으면 죄를 탕감 받던 시대였다. 사마천도 가난한 처지였기에 돈을낼 수는 없었고 궁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는데 광대였던 이연년이 돈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런데 궁형을 받고 누에치는 잠실에 일주일간 처박힌 후에 살아 돌아오면 궁궐에서 일할 수 있었다. 사마천도 궁형을 당한 후 궁궐에 들어가 아버지가 담당했던 문서관리직을 이어받을 수 있었는데, 이연년도 궁에 들어가 황제의 사냥개를 담당하는 관청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무제가 천지신명에게 제사행사를 할 때 이연년은 음악에 어울리는 시를 지어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이연년이 불렀다는 시가 바로 <이부인>이라는 이 시다.
아마도 자신의 누이가 예쁘다는 것을 황제에게 알려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아마 사전작업이 있었던듯 무제의 누이였던 평양공주도 이연년의 누이를 알고 있었다. 아마 먼저 평양공주에게 선을 보였던듯 하다. 이연년이 이 시를 읖고 옆에있던 평양공주가 누이동생이 춤을 잘 춘다는 추임새를 넣자 호기심이 동한 무제는 그녀를 궁으로 불러오게 했다. 이연년이나 누이동생이나 직업이 광대였기에 노래도 잘 하고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직업 얼굴을 보자 무제는 이 여인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때문에 여인은 무제가 사랑하는 비가 되었다. 무제는 이때 이미 50고개를 넘어 있었고, 사랑하는 여인도 없이 쓸쓸한 처지였으므로 당장 그녀를 불러들여 비를 삼게 되고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매혹되었다. 그녀는 후비가 되어 궁에 들어온 후에는 무제 만년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무제의 비가 된 이부인은 무제의 사랑을 받아 창읍애왕 유박을 낳았고 존귀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덕분에 이부인을 추천한 이연년은 2천 석의 인수를 받고 협성률이라는 이름을 가진 음악을 담당하는 장관자리에 올랐다. 광대 집안에서 엄청난 출세를 한 셈이다.
하지만 이연년이나 이부인이나 부귀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는지 그녀는 일찍 병에 들었고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짧은 생애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여인은 자존심이 강했는지 병석에 있을 때 무제가 와서 문명을 하고자 했으나 초췌한 얼굴을 보이기 싫다고 끝내 얼굴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또 누이동생이 사라지자 이연년은 방탕한 존재로 인식되어 궁녀와 사통하고 태도가 교만하고 방자해졌다는 죄목으로 처형을 받아 사라졌다.
<이부인>이라는 이 노래는 이연년이 절세미인인 자기 누이동생을 자랑하여 부른 것이었는데 이 시에 담긴 “경국지색”이란 단어가 후대에 잘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나라를 망하게 한 주범으로 여인들을 꼽는 경향이 있었다. 최초의 왕조인 하나라에는 말희라는 여인이 있었고 포락지형(炮烙之刑)으로 유명한 은나라 주왕은 달기라는 미녀 때문에 나라를 잃은 것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서주의 유왕은 포사라는 여인을 웃기게 하려고 제후들을 골려먹은 덕분에 나라를 잃었고 오나라를 멸망에 빠뜨린 서시도 있다. 당나라 태평성대를 이끌던 현종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안사의 난을 초래하게 만든 것은 양귀비라는 여인도 경국지색의 대표인물이다.
그런데 과연 아름다운 여인이 나라를 망하게 할까? 후대의 역사가들은 앞선 왕조를 나쁘게 평가함으로써 당대를 높이려는 의지를 가진다. 그러다보면 가장 만만한게 황제가 총애한 여인들이다. 아무리 황제가 여인을 사랑하고 여인에 빠져있다고 해도 하루 종일 업무도 안보고 여인과 함께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구나 당현종 처럼 뛰어났던 사람이 양귀비같이 절대미인을 옆에 끼고 나라를 망친다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역사가들의 붓끝에 아름다운 여인들이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다. 어쩌면 아름다운 여인에게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죄목을 뒤집어씌우니 현실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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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미인 : 경국지색의 미인들
서시 : 춘추시대 월나라의 미인으로
침어((浸魚)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서시가 호수에 얼굴을 비추니 물고기들이 넋을 잃고 헤엄치는 것도 잊고 그대로 가라앉아 버렸다는 說에서 유래
서시는 오(吳)나라 부차(夫差)에게 패한 월왕 구천(勾踐)의 충신 범려가 보복을 위해
그녀에게 예능을 가르쳐서 호색가인 오왕 부차(夫差)에게 바쳤다. 부차는 서시의 미모에 사로잡혀 정치를 돌보지 않게 되어 마침내 월나라에 패망하였다
2. 왕소군 : 한나라의 미인
낙안(落雁)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기러기가 하늘을 날아가다가 왕소군을 보고 날개 짓 하는 것을 잊어 추락하였다는 說에서 유래
한나라 원제는 북쪽의 흉노와 화친을 위해 왕소군을 선발하여 선우와 결혼을 하게 하였다.
집을 떠나가는 도중 그녀는 멀리서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를 보고 고향 생각이 나 금(琴)을 연주하자 한 무리의 기러기가 그 소리를 듣고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에 왕소군은 낙안(落雁)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3. 초선 :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폐월(閉月)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달이 초선을 보자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는 說에서 유래
초선은 삼국지의 초기에 나오는 인물로 한나라 대신 왕윤(王允) 의 양녀인데,
용모가 명월 같았을 뿐 아니라 노래와 춤에 능했다. 어느 날 저녁에 화원에서 달을 보고 있을 때에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렸다. 왕윤이 말하기를 "달도 내 딸에게는 비할 수가 없구나.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라고 하였다. 이때부터 초선은 폐월(閉月)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초선은 왕윤의 뜻을 따라 간신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 시키며 동탁을 죽게한 후 의로운 목숨을 거둔다.
4. 양귀비 : 당나라의 미인
경국지색의 주인공- 수화(羞花)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꽃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or 잎을 말아 올렸다는 說에서 유래
당대(唐代)의 미녀 양옥환(楊玉環)은 당명황(唐明皇)에게 간택돼 입궁한 후로 하루 종일 우울했다.
어느 날 그녀가 화원에 가서 꽃을 감상하며 우울함을 달래며 무의식중에 함수화(含羞花)를 건드렸다.수화는 바로 잎을 말아 올렸다. 당 명황이 그녀의‘꽃을 부끄럽게 하는 아름다움’에 찬탄하고는
그녀를 '절대가인(絶對佳人)'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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