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同床異夢 94

[논객 조은산의 시선] 돼지 마을 이야기

[논객 조은산의 시선] 돼지 마을 이야기 오피니언 전문가칼럼 [논객 조은산의 시선] 돼지 마을 이야기 “고기 양은 공정, 가격은 평등, 육질은 정의롭게” 새 이장, ‘한 번도 경험 못한 고기’ 약속했으나… “돼지 판 돈 절반, 마을 기금으로 내라” 요구에 양돈업자는 돼지 숨기고… 고기값 폭등하니 주민에겐 종잇장 같은 대패 삼겹살 한 장뿐 이장과 그 무리들만 마을 뒤편서 삼겹살 굽는 그 마을, 재인군 민주읍 이재면 대장동 환장리 조은산·'시무 7조' 청원 필자 입력 2021.12.03 03:00 양돈업자의 돼지가 오늘 오후 죽었다. 옹골찬 정수리로 무게감 있게 ‘오함마’를 받아 낸 그의 돼지는 ‘꽥’ 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쳤고, 한 많던 삶을 뒤로 한 채 비로소 심정지에 이르고 만 것이다. 살진 돼지..

김원웅 광복회장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

김원웅 광복회장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 김원웅 광복회장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 해방 이후, 우리 국민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뚫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제주4·3항쟁,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5·18항쟁, 6월항쟁, 촛불혁명은 친일반민족 권력에 맞선, 국민의 저항이었습니다. 이들 항쟁은 일제강점에 맞섰던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일제 패망 후, 미군정을 거쳐 한국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 전개되었습니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국가든 화폐속의 인물은 국가정통성의 상징입니다. 미국의 조..

사면곡(思麵曲)

사면곡(思麵曲) 사면곡(思麵曲) 집사람이 큰아들을 임신하고 한참 배가 불러 있던 어느 날, 우리 새내기 부부는 동대문 평화시장 근처에 있는 당시로는 꽤 유명했던 냉면집에 갔다. 아내는 입덧이 너무 심해서 음식을 거의 못 먹고 힘들게 지내던 때였는데 냉면이 먹고 싶다고 하여 당장 사 먹으러 갔다. 그저 뭔가를 먹겠다고 하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리는 각자 냉면 한 그릇씩을 시켜 놓고 맛있게 먹으라는 덕담을 하자마자 정신없이, 국물까지 먹어 치웠다. 그런데 나만 다 먹었지 아내의 그릇을 보니 절반은 남아있기에, 실제로는 입맛도 없는데 억지로 먹는 줄로 착각하고 아내 몫의 냉면을 덥석 젓가락으로 집어서 내 빈 그릇에 옮겨 놓고, “왜 입맛이 없어? 남기면 버려야 하니까 내가 먹을게.”하고는 게눈 감추듯이..

박정희 미화 vs 김정은 찬양

박정희 미화 vs 김정은 찬양 신원식 "내가 박정희 미화했으니 사퇴하라고?...위대한 대한민국 초석 다진 분 공 말한 게 뭐가 잘못인가!" 김민찬 기자 최초승인 2020.04.08 12:39:57 최종수정 2020.04.08 17:01 댓글 0기사공유하기 민주당, 신원식 장군이 박정희 미화했다며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사퇴 요구 신원식 "김정은정권 찬양하는 민주당...박정희는 위대한 대한민국 초석 다졌다" "역사를 왜곡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에게는 참혹한 미래가 기다릴 뿐" 신원식 장군 (예비역 육군 중장·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7일, '박정희를 미화했다'며 미래한국당 비례대표에서 사퇴하라고 한 민주당을 향해 "위대한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박정희 대통령의 공을 말하는 게 무엇이 잘못이냐"고 정면으로 ..

[홍찬식 칼럼]다시 읽는 성철 스님의 서원문

[홍찬식 칼럼]다시 읽는 성철 스님의 서원문 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스님을 물어봤더니 성철 스님(1912∼1993)이 맨 위였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도 유명한 성철 스님은 현대 불교에서 손꼽히는 선승(禪僧)이다. 30년 동안 고독한 수행을 마친 그는 53세 때인 1965년 9월 2일 경북 문경의 김용사에서 대중을 상대로 첫 설법을 한다. ‘어떤 일에도 간여하지 않는다’ 그 전까지 성철 스님은 대구 파계사 성전암에서 ‘장좌불와(長坐不臥)’를 8년 동안 했다. 암자 주변에 철조망을 둘러치고 외부인의 접근을 막은 뒤 잠을 잘 때도 눕지 않는 수행이었다. 그는 1964년 바깥세상으로 나와 서울 도선사에서 청담 스님(1902∼1971)과 조우한다. 청담 스님은 위기에 놓인 한국 불교를 ..

[즐거운 사라] 과연 음란물인가

[즐거운 사라] 과연 음란물인가 〈즐거운 사라〉 과연 음란물인가 조 한 경 전북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1992년 10월 29일 〈즐거운 사라〉의 저자 마광수 씨와 책을 펴낸 청하출판사 대표 장석주 씨의 전격적인 구속수사가 야기한 '즐거운 자라 파동은 그 해 12월 18일 1심 재판에서 두 사람이 집행유예를 서고받고 일단 풀려난 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 한다. 문제는 마씨 개인에게 있지 않다. 우리의 덜미를 잡는 것은 그 책 에 덧씌워진 음란죄라는 죄목이다. 국어사전을 참조하면 음란, 음탕, 외설은 유사어이며 육욕에 관하여 너무 추잡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 기에서 '너무'라는 부사가 기준일 듯한데, 이 '너무'는 너무 막연하다. 현재는 물론 그리스 • 로마문화 그리고 기독교문화에서까지 팽배했 던 한..

[法頂]여백의 아름다움

[法頂]여백의 아름다움 여백의 아름다움 지난 연말 조계사에서 종권을 둘러싼 못된 중들의 상상을 초월한 난동이 벌어졌을 때, 불교신자와 일반 사회인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와 환멸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같은 옷을 걸친 인연으로, 산중에서 안거 정진 중인 무고한 스님들도 깊은 상처와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마다 보도되는 라디오 뉴스를 들으면서 내 자신도 참괴의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사흘동안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중국 흑룡강성과 유럽과 미주에 있는 신자들이 보내온 편지에도 한탄과 분노의 소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같은 중으로서 낯을 들고 다닐 수 없어 한동안 바깥출입을 자제했었다. 먹물옷을 걸치고 있다는 사실에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출가 수행자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온갖 욕망과 ..

[法頂] 있는 그대로가 좋다

[法頂] 있는 그대로가 좋다 온 천지가 꽃이다. 풀과 나무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속뜰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다. 철 따라 꽃이 핀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제 철이 와도 꽃이 피지 않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끔찍하고 삭막하겠는가. 이 어디서 온 눈부신 꽃들인가. 꽃은 하루 아침에 우연히 피지 않는다. 여름철의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그리고 모진 겨울 추위 속에서도 얼어죽지 않고 참고 견뎌낸 그 인고의 세월을 꽃으로 열어 보이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입만 열면 경제와 돈타령만 늘어놓느라고 자신이 지닌 아름다운 속뜰을 열 줄을 모른다. 경제에만 정신을 빼앗겨 아름다움을 잃어간다.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를 물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인간성이 소멸..

[法頂]무소유

[法頂]무소유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 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 여섯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 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 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

[法頂특별기고 ]채우는 일과 비우는 일

[法頂특별기고 ]채우는 일과 비우는 일 “소음 중독社會" 며칠 전 光州에 있는 한 산업체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강연을 하고 5시 10분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고단하던 참이 라 참을 좀 잤으면 싶었는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놈의 운동경기 중계 때문에 참을 청할 수가 없었다. 80년대에 들어서 우리들 의 귀는 쉴 여가도 없이 줄곧 혹사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기 싫은 것은 눈 감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열려 있는 귀는 그럴 수 없으니 번번이 곤욕을 치르게 된다. 듣지 않을 수 있는 거부의 자 유가 오늘 우리에게는 없다. 참을 잘 수 없을 바에야 눈을 뜨고 평화로운 황혼의 들녘에 마음을 내맡기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산 그늘이 내릴 무렵 들녘은 한결 정답고 풍성하게 보인다. 창 밖으로 스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