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스님 / 불교는 포교로 존재
데스크승인 [152호] 2010.04.10 12:01:00
법정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얼마 안 된 일인데,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스님인 나를 보고 아는 체를 많이 했다. “법정스님 책을 읽고 참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스님 뵈니까 법정스님 생각이 나요.” 상점 주인은 물건 값을 깎아 줬고, 지나가는 이들은 공손히 인사를 했다. 타종교인도 <무소유> 책을 한권 건네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진실한 법향이 만리 간다
진실한 법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했는데, 아름다운 정신과 실천을 글로 옮겨 문서포교를 했던 스님의 덕향이 스님의 부재 속에서도 진하게 피어나는 순간들이었다. 부처님의 진실 되고 거룩한 가르침이 2500여 년을 이어온 그 힘은, 이렇듯 수많은 사부대중이 각자의 영역에서 직.간접적으로 포교해 온 노력의 결과물임을 새삼 되새겼다.
포교원에서 ‘조계종 포교 비전’ 이라는 큰 그림 아래, 포교종책연찬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그 주제가 다양하고 전문적이다. 연찬회를 하면서 즐거운 점은 새로운 분야의 포교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는 것에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일하면서 포교하는 불자들을 만나는 일이다. 신문 방송계에서 일하는 불자, 스포츠 분야에 종사하는 불자, 음악하는 불자, 어린이 포교에 전념하는 불자, 학계에 몸담은 불자, IT업종에서 일하는 불자,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불자, 문학과 예술계에서 일하는 불자 등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지만, 포교에 대한 고민이 스님들 못지않고, 열정적으로 포교하는 숨은 노력들을 보는 일이 즐겁다. 그들 속에 불교사상이 내재되어 있다면,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미 포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불교 사상을 가진 작가가 쓰는 드라마는 불교드라마가 되고, 불교사상을 가진 작가가 쓰는 책은 이미 불교책이 된다. 불교사상을 가진 교육자가 교육하면 불교교육이 된다. 그것을 보고 그것을 향유하고, 그 아래서 가르침을 받는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포교가 되고 있는 셈이다.
포교의 가장 작은 단위는 개인이다. 인드라망의 그물도 하나의 구슬이 다른 구슬과 연결되고, 그 구슬이 또 다른 구슬과 연결되면서 전체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포교도 한 개인의 깨인 정신이 또 다른 사람을 깨우면서 시작된다.
포교원에 있다 보니 포교사나 불교지도자들을 대상으로 ‘불교포교사로서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법문을 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데, 그 때마다 다른 이들을 포교하는 그들에게 먼저 묻는다. “여러분은 요즘 평안하십니까?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가르침이라 믿습니까? 여러분은 잘 살고 계십니까?”
생활속에 살아 있어야
진정한 포교는 사람들의 정신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살아나는 것이라 믿는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든, 불교사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불교사상을 실천하는 개인들이 많이 있다면, 그 자체로 포교는 성공이다. 그들이 앞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깨워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정호스님
논설위원ㆍ조계종 포교연구실장
[불교신문 2614호/ 4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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